우리집 이야기

여름방학마다 미국 외가에서 한 달을 보내는 이유, 우리 가족의 특별한 시간

Homemum 2026. 7. 6. 10:01

우리 가족에게 여름방학은 조금 특별합니다. 초등학교 4학년인 첫째와 2학년인 둘째가 방학을 시작하면 집 안 한쪽에 캐리어가 하나둘 나오기 시작합니다. 아이들은 아직 방학식도 하지 않았는데 벌써부터 "이번에도 외할머니 집에 가는 거지?"라고 묻습니다.

많은 분들이 미국 여행이라고 생각하시지만, 우리 가족에게는 여행이라는 표현보다 잠시 다른 집에서 생활하는 시간이라는 말이 더 잘 어울립니다. 미국에 계신 친정 부모님을 만나러 가는 일정이라 관광지를 찾아다니기보다 평범한 일상을 함께 보내는 날이 더 많습니다.

공항에서 미국으로 출발하기 위해 캐리어를 끄는 가족의 뒷모습
우리 가족의 여름은 공항으로 향하는 아침부터 시작됩니다.

 

여행보다 가족을 만나러 가는 시간입니다.

처음에는 아이들에게 미국이라는 나라가 더 특별하게 느껴질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조금 다릅니다. 첫째에게 미국은 새로운 관광지가 아니라 외할머니와 외할아버지를 만나는 곳입니다. 둘째도 공항에 도착하면 "언제 외할머니 집에 가?"를 먼저 묻습니다.

한국에서는 학교와 학원 일정 때문에 바쁘게 하루를 보내지만, 방학 동안에는 조금 더 천천히 생활합니다. 아침에 함께 식사를 하고, 장을 보고, 동네 공원을 산책하고, 저녁에는 가족이 모여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 자연스럽게 이어집니다.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것은 평범한 하루입니다.

부모는 새로운 곳을 보여주고 싶어 하지만 아이들이 가장 오래 기억하는 것은 의외로 평범한 순간입니다. 함께 마트에 가서 장을 보고, 집 앞 공원에서 공놀이를 하고, 저녁 식탁에서 하루 있었던 일을 이야기하는 시간이 더 오래 남는 것 같습니다.

첫째는 외할아버지와 보드게임을 하거나 책을 읽는 시간을 좋아합니다. 둘째는 집 앞에서 뛰어놀거나 간식을 함께 만드는 시간을 더 기다립니다. 성격은 다르지만 방학이 되면 둘 다 한국에서보다 조금 더 여유로운 표정을 짓습니다.

 

남편도 방학을 기다리는 이유가 있습니다.

남편은 평소 플라이 낚시를 가장 좋아합니다. 방학이 가까워지면 낚싯대를 하나씩 점검하고, 오래된 장비를 손질하는 모습을 자주 보게 됩니다.

아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도 좋아하지만, 자연 속에서 낚시를 즐기며 쉬는 시간 역시 남편에게는 중요한 휴식입니다. 덕분에 아이들도 아빠의 취미를 자연스럽게 이해하게 되었고, 함께 강가를 산책하는 시간이 우리 가족의 작은 추억이 되었습니다.

 

아이들에게는 또 하나의 집이 생겼습니다.

처음 미국에 갔을 때만 해도 아이들은 모든 것이 낯설었습니다. 언어도 다르고 생활 방식도 조금 달랐습니다. 하지만 몇 년 동안 같은 곳을 찾아가다 보니 이제는 스스로 익숙한 길을 기억하고, 자주 가던 공원도 먼저 떠올립니다.

한국에서의 집과 미국에서의 집은 많이 다르지만, 아이들에게는 둘 다 가족이 있는 공간입니다. 저는 그 점이 무엇보다 소중하다고 생각합니다.

 

엄마인 저도 방학을 기다립니다.

40대가 되면서 시간은 정말 빨리 지나간다는 것을 자주 느낍니다. 아이들이 함께 여행을 가자고 말하는 시간도 생각보다 길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조금 힘들더라도 함께 보낼 수 있는 시간을 더 소중하게 여기려고 합니다. 미국에서 특별한 관광을 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가족이 함께 식사를 하고 웃으며 하루를 보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 있는 방학이 됩니다.

 

언젠가는 아이들도 이 시간을 기억했으면 합니다.

몇 년 뒤 첫째는 중학생이 되고, 둘째도 금세 형을 따라갈 것입니다. 지금처럼 부모와 긴 시간을 함께 보내는 날은 점점 줄어들겠지요.

그래서 저는 사진만큼이나 이렇게 기록을 남기고 싶었습니다. 언젠가 아이들이 커서 이 글을 읽게 된다면, 우리 가족의 여름은 화려한 여행보다 서로와 함께했던 평범한 하루들이었다는 것을 기억해 주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