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 독서 습관, 우리 집이 책 읽기를 억지로 시키지 않는 이유
아이를 키우다 보면 "책을 많이 읽는 아이로 키우고 싶다."라는 생각을 한 번쯤은 하게 됩니다. 저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하지만 막상 초등학교 4학년이 된 첫째와 2학년인 둘째를 키워 보니 책을 좋아하게 만드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습니다.
처음에는 매일 몇 페이지씩 읽게 하면 자연스럽게 습관이 생길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은 부모의 계획대로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어떤 날은 재미있게 읽다가도 어떤 날은 책을 펼치는 것조차 싫어했습니다.

첫째와 둘째는 좋아하는 책도 달랐습니다.
첫째는 이야기가 길어도 끝까지 읽는 편입니다. 특히 모험이나 역사 이야기를 좋아해서 한 권을 시작하면 끝까지 읽으려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반면 둘째는 그림이 많고 웃긴 장면이 나오는 책을 더 좋아합니다. 같은 책을 권해도 첫째는 재미있게 읽고, 둘째는 금방 덮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예전에는 둘째도 형처럼 읽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아이마다 좋아하는 책이 다르다는 것을 인정한 뒤에는 분위기가 훨씬 편해졌습니다.
우리 집은 독서 시간을 정하지 않습니다.
처음에는 저녁 8시부터 30분 동안 책을 읽기로 정했습니다. 며칠은 잘 지켜졌지만 오래가지 않았습니다.
지금은 시간을 정하기보다 책을 가까이 두려고 합니다. 거실 책장에도, 아이들 방에도, 식탁 근처에도 책을 놓아두었습니다. 아이들이 스스로 집어 들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느꼈습니다.
부모가 책을 읽는 모습도 중요했습니다.
아이들에게만 책을 읽으라고 말하는 것보다 부모가 먼저 책을 읽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었습니다.
주말 오후 거실에서 제가 책을 읽고 있으면 첫째도 자연스럽게 자기 책을 가져옵니다. 둘째는 아직 오래 읽지는 못하지만 옆에 앉아 그림책을 펼치는 날이 많아졌습니다.
아이들은 생각보다 부모의 말을 듣기보다 모습을 따라 한다는 것을 자주 느끼게 됩니다.
미국 외가에서도 책은 빠지지 않았습니다.
우리 가족은 여름방학과 겨울방학이면 미국에 계신 친정 부모님을 찾아갑니다. 그곳에서도 아이들이 가장 자주 가는 곳 중 하나는 동네 도서관입니다.
영어책을 모두 이해하지는 못해도 그림을 보고, 익숙한 단어를 찾아보고, 어린이 코너를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즐거워했습니다. 한국과 다른 분위기의 도서관을 경험하는 것도 아이들에게는 좋은 추억이 되었습니다.
독서는 경쟁이 아니라 습관이라고 생각합니다.
예전에는 몇 권을 읽었는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얼마나 즐겁게 읽는지가 더 중요하다고 느낍니다.
어떤 날은 열 권보다 한 권을 끝까지 읽는 경험이 더 값질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 집은 독서를 숙제로 만들지 않으려고 합니다.
오늘도 거실 책장에는 아이들이 읽다 만 책이 몇 권 놓여 있습니다. 예전 같으면 정리부터 했겠지만, 지금은 그대로 두기도 합니다. 언제든 다시 펼쳐 볼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주고 싶기 때문입니다.
책을 좋아하는 아이로 키우는 가장 좋은 방법은 부모가 조급해하지 않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적어도 우리 가족에게는 그 방법이 가장 오래 이어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