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 냉장고 메모가 점점 늘어나는 이유
우리 집 냉장고 메모가 점점 늘어나는 이유
우리 집 냉장고 문은 원래 아주 깨끗했습니다.
마트 전단도, 학교 안내문도 그때그때 확인하고 바로 치우는 편이라 아무것도 붙어 있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냉장고가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처음 붙은 것은 첫째가 남긴 작은 메모였습니다.
'우유 다 먹었어요.'
짧은 한 줄이었지만 괜히 웃음이 났습니다.
그 밑에는 둘째가 그린 하트 하나가 붙었고, 며칠 뒤에는 학교 준비물을 적어 놓은 종이가 하나 더 늘었습니다.
언제부터였는지 기억은 나지 않지만, 냉장고 문은 우리 가족의 게시판이 되어 있었습니다.
"엄마, 이거 꼭 봐."
아이들은 중요한 이야기가 있으면 저를 주방으로 데려왔습니다.
메모에는 대단한 내용이 적혀 있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체육복 챙기기.'
'내일 도서관.'
'아빠 사랑해.'
짧은 문장들이었지만, 그 안에는 우리 가족의 하루가 고스란히 담겨 있었습니다.

말보다 오래 남는 작은 메모
말은 금방 지나갑니다.
하지만 냉장고에 붙은 메모는 하루에도 몇 번씩 다시 눈에 들어옵니다.
그래서인지 아이들도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면 종이 한 장을 먼저 찾기 시작했습니다.
메모를 붙이기 시작한 뒤부터는 아이들의 글씨도 조금씩 달라졌습니다.
처음에는 한두 단어만 적혀 있었습니다.
"우유."
"준비물."
그 정도만 적어도 서로 무슨 뜻인지 알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문장이 하나둘 길어졌습니다.
"엄마, 체육복은 세탁기에 있어."
"형, 내일 같이 학교 일찍 가자."
짧은 메모였지만 서로를 생각하는 마음이 자연스럽게 담겨 있었습니다.
말하기 어려운 마음도 메모에는 담겼습니다
아이들은 가끔 직접 말하기 쑥스러운 이야기를 종이에 적어 두기도 했습니다.
시험을 잘 본 날에는 작은 웃는 얼굴을 그려 붙여 놓았고, 혼난 날에는 "다음에는 더 잘할게."라는 메모가 냉장고 한쪽에 붙어 있었습니다.
별것 아닌 종이 한 장인데도 그날의 마음이 그대로 전해졌습니다.
저도 가끔 아이들에게 메모를 남깁니다.
"오늘도 잘 다녀와."
"엄마는 너희를 믿어."
짧은 문장이지만 아이들은 학교에 가기 전 한 번씩 꼭 읽고 나갑니다.
어떤 날은 메모 아래에 작은 하트가 하나 더 그려져 있기도 하고, "나도!"라는 답장이 적혀 있기도 합니다.
냉장고가 우리 가족의 게시판이 되었습니다
요즘 냉장고 문을 보면 빈 공간을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
학교 일정표도 붙어 있고, 아이들이 그린 그림도 있고, 함께 가고 싶은 장소를 적은 메모도 있습니다.
예전 같으면 지저분하다고 바로 떼어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지금은 쉽게 버리지 못합니다.
한 장 한 장이 우리 가족의 시간을 담고 있기 때문입니다.
가끔은 예전 메모를 다시 읽으며 "이때 이런 일이 있었지." 하고 함께 웃기도 합니다.
냉장고 문은 어느새 일정만 적어 두는 곳이 아니라, 우리 가족의 추억을 차곡차곡 모아 두는 공간이 되었습니다.
메모는 어느새 우리 가족의 추억이 되었습니다
얼마 전 냉장고를 정리하다가 오래된 메모 몇 장을 발견했습니다.
종이는 조금 구겨져 있었고, 글씨도 지금보다 훨씬 서툴렀습니다.
"엄마 사랑해."
삐뚤삐뚤한 글씨를 보는 순간, 그때의 아이 모습이 그대로 떠올랐습니다.
키도 지금보다 작았고, 글씨를 쓰는 데 한참 시간이 걸리던 시절이었습니다.
메모 한 장이 사진처럼 그날을 다시 보여주는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차마 버리지 못하고 작은 상자에 따로 모아 두었습니다.
언젠가 아이들이 더 자라면 함께 꺼내 보며 웃을 날이 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늘도 냉장고에는 새로운 메모가 붙습니다
아침마다 냉장고 앞을 지나가다 보면 새로운 종이가 하나씩 늘어납니다.
어떤 날은 장을 봐야 할 목록이 적혀 있고, 어떤 날은 아이가 그린 작은 그림이 붙어 있습니다.
가끔은 아무 의미 없는 낙서 하나가 붙어 있을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 작은 종이들이 우리 가족의 하루를 보여 주는 기록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냉장고는 여전히 냉장고일 뿐이지만, 우리 집에서는 가장 많은 이야기가 머무는 공간이 되었습니다.
오늘도 아이들은 학교에 가기 전 메모를 한 번 읽고 웃으며 현관을 나섰습니다.
저도 조용히 냉장고 문을 열었다가 다시 닫으며 메모 하나를 더 붙였습니다.
"오늘도 잘 다녀와."
아마 저녁이 되면 그 아래에는 또 다른 짧은 답장이 붙어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거창한 선물도, 특별한 이벤트도 아니지만 이런 작은 메모들이 쌓여 우리 가족의 시간을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