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 이야기

아이들과 장을 보면 꼭 카트가 멈추는 곳

Homemum 2026. 8. 2. 09:34

아이들과 장을 보면 꼭 카트가 멈추는 곳

마트에서 카트를 멈추고 이야기하는 형제
마트에서는 장보다 아이들 이야기를 더 많이 듣게 됩니다.

 

주말 오후였습니다.

점심을 먹고 장을 보러 나섰습니다.

평소처럼 남편이 카트를 밀고, 저는 장 볼 목록을 하나씩 확인했습니다.

첫째와 둘째는 처음에는 카트 앞에서 장난을 치며 걸었습니다.

"천천히 가."

한마디 하면 잠깐 조용해졌다가 또 둘이 킥킥 웃기 시작합니다.

늘 비슷한 풍경입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마트에만 오면 꼭 카트가 멈추는 곳이 있습니다.

과일 코너입니다.

"엄마, 복숭아 나온다."

둘째가 먼저 뛰어가듯 다가갔습니다.

조금 뒤에 첫째도 옆으로 다가왔습니다.

"이건 아직 덜 익은 것 같은데."

둘은 사과를 들어 보고, 복숭아 향도 맡아 보고, 귤도 이리저리 살펴봤습니다.

저는 장을 빨리 끝내야 한다는 생각보다 그 모습을 가만히 보고 있게 되었습니다.

둘이 이야기하는 시간이 더 길어졌습니다

예전 같으면 둘째는 "이거 사 줘."라는 말을 먼저 했을 겁니다.

그런데 요즘은 형에게 먼저 묻습니다.

"형, 이게 더 맛있어 보여?"

첫째는 과일을 한 번 더 살펴보더니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이게 더 달 것 같은데?"

둘은 한참을 자기들끼리 이야기했습니다.

저는 그 사이 장바구니에 다른 물건을 담고 있었지만, 자꾸만 두 아이 쪽으로 시선이 갔습니다.

예전에는 엄마를 사이에 두고 이야기하던 아이들이었습니다.

이제는 둘이 먼저 이야기를 나누고, 저는 그 대화를 옆에서 듣는 시간이 점점 많아지고 있습니다.

과일을 고르고 다시 카트를 밀었습니다.

둘째는 카트 손잡이에 기대어 형에게 계속 말을 걸었습니다.

"오늘 저녁엔 뭐 먹고 싶어?"

"카레."

"어제도 카레였잖아."

둘이 웃으며 티격태격하는 소리에 저도 모르게 웃음이 났습니다.

장을 보다 보면 아이들이 이렇게 많은 이야기를 하는 줄 평소에는 잘 몰랐습니다.

집에서는 숙제하고, 씻고, 저녁 먹고 나면 하루가 금방 지나가 버립니다.

마트에서는 걸음이 느려지는 만큼 아이들 이야기를 들을 시간이 생깁니다.

장을 보는 방식도 조금 달라졌습니다

예전에는 제가 필요한 물건을 하나씩 카트에 담았습니다.

"우유 하나 가져와."

"계란은 여기 있어."

아이들은 심부름을 하는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첫째가 먼저 말하기 시작했습니다.

"엄마, 우유 거의 다 먹었잖아."

둘째도 금세 말을 보탰습니다.

"요거트도 없었어."

제가 미처 적지 못한 것들을 아이들이 먼저 떠올리는 모습을 보며 조금 놀랐습니다.

아이들도 우리 집 냉장고를 함께 채우는 가족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뒤부터는 일부러 물어봅니다.

"오늘 꼭 사야 하는 거 기억나는 사람?"

둘째는 손을 번쩍 들며 말합니다.

"우유!"

첫째는 조금 생각하다가 말합니다.

"식빵도 거의 없었어."

둘이 하나씩 이야기하면 장보기 메모보다 더 빠질 것이 없습니다.

가벼운 봉투 하나씩

계산을 마치면 아이들은 늘 자기 봉투를 찾습니다.

무거운 것은 남편과 제가 들고, 아이들에게는 과자나 식빵처럼 가벼운 봉투 하나씩만 건넵니다.

둘째는 두 손으로 꼭 잡고 걷고, 첫째는 동생 걸음에 맞춰 천천히 함께 걸어갑니다.

주차장까지 가는 짧은 길이지만 네 사람이 나란히 걷는 그 시간이 저는 참 좋습니다.

장을 본 날은 냉장고만 채워지는 것이 아니라 우리 가족의 하루도 조금 더 채워지는 것 같습니다.

집에 돌아와서야 알게 되는 것

집에 도착하면 아이들은 신발도 벗기 전에 자기 봉투부터 식탁 위에 올려놓습니다.

"엄마, 이건 내가 들고 왔어."

둘째는 작은 봉투 하나를 내밀며 괜히 뿌듯한 표정을 짓습니다.

첫째는 냉장 보관해야 하는 것들을 하나씩 꺼내 냉장고 앞에 모아 둡니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어느새 자기 역할처럼 움직입니다.

저는 계산 영수증을 정리하다가도 그런 모습을 한참 바라보게 됩니다.

예전에는 장을 보고 오면 피곤하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습니다.

요즘은 아이들과 함께 다녀온 시간이 먼저 떠오릅니다.

오늘도 카트는 잠시 멈췄습니다

다음 주에도 우리 가족은 또 장을 보러 갈 것입니다.

그리고 아마 과일 코너쯤에서 카트는 다시 잠시 멈출 것입니다.

둘째는 새로운 과일을 발견했다며 저를 부를지도 모릅니다.

첫째는 동생 옆에서 조용히 하나를 골라 들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남편은 카트 손잡이에 두 손을 올린 채 아이들을 바라보고, 저는 장 볼 목록을 잠시 접어 둘 것입니다.

사야 할 물건은 조금 늦게 담아도 괜찮습니다.

아이들이 나누는 이야기는 기다려 주지 않으니까요.

"형, 이거 하나 더 담아도 돼?"

"엄마한테 먼저 물어봐."

"엄마, 오늘도 복숭아부터 볼까?"

저는 웃으며 카트를 그쪽으로 천천히 밀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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