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 용돈, 바로 주지 않게 된 이유
초등학생 용돈, 바로 주지 않게 된 이유
아이들이 조금씩 크면서 집에서 자주 듣게 된 말이 있습니다.
"엄마, 이거 사도 돼?"
문구점 앞에서도, 마트에서도, 인터넷으로 장난감을 보다가도 같은 질문이 이어졌습니다.
예전에는 금액이 크지 않으면 그냥 사 주는 날도 있었습니다.
몇 천 원짜리였고, 아이들이 정말 갖고 싶어 하는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달라지는 것은 없었습니다.
새로운 물건을 사면 며칠 좋아하다가 또 다른 것을 갖고 싶어 했습니다.
그 모습을 보며 문득 생각했습니다.
혹시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더 많은 용돈'이 아니라 '기다려 보는 경험'이 아닐까 하고요.
그래서 우리 집은 조금 다른 방법을 선택했습니다.
무언가를 사고 싶다고 말하면 바로 돈을 주기보다 먼저 이유를 물어보기 시작했습니다.
"왜 이게 갖고 싶어?"
"언제까지 갖고 싶어?"
"다른 것 대신 이걸 고른 이유가 있어?"
처음에는 아이들도 금방 대답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며칠이 지나자 첫째는 작은 메모장을 가져왔습니다.
"엄마, 내가 사고 싶은 것 적어 놨어."
장난감 하나, 책 한 권, 야구용품 하나까지 아이 나름대로 우선순위를 적어 두었습니다.

바로 사지 않으니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신기한 변화는 며칠 뒤부터 시작됐습니다.
첫째는 메모를 다시 보더니 가장 위에 적어 두었던 물건 하나에 줄을 그었습니다.
"이건 이제 별로 안 갖고 싶어."
며칠 전까지 꼭 필요하다고 했던 물건이었습니다.
둘째도 형을 따라 메모를 들여다보다가 웃으며 말했습니다.
"나도 이건 안 살래."
바로 사지 않고 잠시 기다리는 시간 동안 아이들의 마음도 함께 자라고 있다는 것을 그때 처음 느꼈습니다.
용돈은 돈보다 선택을 배우는 시간이었습니다
그날 이후 우리 집에서는 사고 싶은 것이 생기면 먼저 메모장에 적어 보기로 했습니다.
바로 사 달라고 말하기보다 이름을 적고, 가격을 찾아보고, 정말 필요한지 며칠 동안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갖기로 한 것입니다.
처음에는 아이들도 답답해했습니다.
"지금 사면 안 돼?"
"오늘 꼭 갖고 싶은데."
저도 흔들릴 때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조금만 기다려 보자는 약속은 그대로 지켰습니다.
며칠이 지나면 아이들의 마음이 달라지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았습니다.
꼭 필요하다고 했던 물건이 어느새 관심 밖으로 밀려나기도 했고, 반대로 시간이 지나도 계속 갖고 싶은 것은 끝까지 메모장에 남아 있었습니다.
아이들도 그 차이를 조금씩 느끼기 시작했습니다.
모으는 기쁨도 함께 알게 되었습니다
용돈을 받는 날이면 첫째는 지갑을 열기보다 메모장을 먼저 펼쳤습니다.
"이거 사려면 조금만 더 모으면 되겠다."
둘째도 저금통을 흔들어 보며 동전을 하나씩 세기 시작했습니다.
예전에는 돈이 생기면 바로 무엇을 살지부터 생각했다면, 이제는 얼마나 모였는지부터 확인하는 모습이 자연스러워졌습니다.
가끔 마트에서 갖고 싶은 물건을 발견해도 아이들은 예전처럼 바로 사 달라고 조르지 않았습니다.
"집에 가서 메모장에 적어 둘게."
그 한마디를 들었을 때 괜히 웃음이 났습니다.
무조건 참는 것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 선택에도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스스로 알아가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용돈의 금액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지만, 돈을 바라보는 아이들의 태도는 조금씩 달라지고 있었습니다.
우리 가족에게 용돈은 물건을 사기 위한 돈이 아니라, 기다리고 계획하며 스스로 선택하는 연습이 되어 가고 있었습니다.
아이들이 스스로 결정하는 순간이 늘어났습니다
얼마 전 주말, 가족과 함께 마트에 갔습니다.
계산대로 가는 길에 둘째가 작은 장난감을 발견했습니다.
한참을 바라보던 둘째가 저를 불렀습니다.
"엄마, 이거 예쁘다."
예전 같으면 "사 주세요."라는 말이 바로 이어졌을 것입니다.
하지만 둘째는 잠시 생각하더니 다시 장난감을 제자리에 놓았습니다.
"집에 가서 메모장에 적어 둘래."
옆에서 보던 첫째도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다음 용돈 받을 때 다시 생각해 보면 되잖아."
둘의 대화를 듣는 순간, 저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졌습니다.
누가 알려준 말도 아니고, 시켜서 하는 행동도 아니었습니다.
아이들이 스스로 선택하는 방법을 조금씩 익혀 가고 있다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돈보다 오래 남은 것은 기다리는 습관이었습니다
지금도 아이들은 갖고 싶은 것이 생기면 신이 나서 이야기합니다.
새로운 책을 발견하기도 하고, 야구용품이나 문구류를 보여 주며 눈을 반짝일 때도 있습니다.
그럴 때마다 무조건 안 된다고 말하지도, 바로 사 주지도 않습니다.
먼저 메모장에 적어 보고, 며칠 뒤에도 같은 마음인지 함께 이야기해 봅니다.
시간이 지나도 꼭 갖고 싶은 것은 아이가 스스로 용돈을 모아 구입하고, 마음이 달라진 것은 자연스럽게 목록에서 지워집니다.
그 과정을 여러 번 반복하면서 아이들은 돈을 쓰는 일보다 선택하는 일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조금씩 배우고 있는 것 같습니다.
우리 집에서 용돈은 단순히 돈을 나누어 주는 날이 아닙니다.
무엇이 정말 필요한지 생각해 보고, 기다릴 줄 알고, 스스로 결정해 보는 작은 연습의 시간이 되었습니다.
오늘도 식탁 한쪽에는 아이들의 작은 메모장이 놓여 있습니다.
몇 줄은 줄이 그어져 있고, 몇 줄은 아직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그 메모장을 볼 때마다 물건보다 먼저 자라고 있는 것은 아이들의 마음이라는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