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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 육아

아이들이 먼저 "괜찮아"라고 말하기 시작한 날

by Homemum 2026. 7. 30.

아이들이 먼저 "괜찮아"라고 말하기 시작한 날

블록을 함께 정리하는 형제
실수한 동생을 나무라기보다 함께 도와주는 모습에 마음이 따뜻해졌습니다.

 

예전에는 집 안에서 "조심해.", "안 돼.", "왜 그랬어?"라는 말을 참 많이 했습니다.

컵을 엎지르면 서둘러 닦아야 했고, 장난감을 망가뜨리면 누가 그랬는지부터 확인했습니다.

아이들도 작은 실수를 하면 먼저 제 눈치를 살피곤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저녁, 거실에서 책을 정리하던 둘째가 블록 상자를 건드리는 바람에 바닥으로 와르르 쏟아졌습니다.

순간 둘째는 얼어붙은 표정으로 형을 바라봤습니다.

저도 무심코 "괜찮아?"라는 말보다 먼저 일어나려던 순간이었습니다.

그런데 먼저 움직인 사람은 첫째였습니다.

형은 동생을 바라보며 웃더니 이렇게 말했습니다.

"괜찮아. 같이 주우면 금방이야."

그 한마디에 둘째의 표정이 금세 풀렸습니다.

둘은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 바닥에 앉아 블록을 하나씩 상자에 담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그 모습을 한동안 가만히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예전 같으면 울음부터 터졌을 상황이었는데, 이제는 서로를 안심시키는 말이 먼저 나오는 아이들이 참 낯설고도 대견했습니다.

아이들은 부모의 말을 닮는다고 합니다

'괜찮아.'라는 말은 우리 집에서 자주 쓰는 말입니다.

실수를 했을 때도, 시험을 망쳤을 때도, 무언가를 떨어뜨렸을 때도 우리는 먼저 괜찮다고 말해 주려고 노력했습니다.

그 말을 아이들이 그대로 따라 하고 있다는 사실을 그날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그날 이후부터 저는 아이들의 말을 조금 더 귀 기울여 듣게 되었습니다.

생각보다 "괜찮아."라는 말은 집 안 여기저기에서 자주 들렸습니다.

연필을 떨어뜨려도, 블록이 무너져도, 물을 조금 흘려도 먼저 다그치는 대신 서로를 안심시키는 말이 나왔습니다.

물론 형제답게 다투는 날도 여전히 있습니다.

사소한 일로 목소리가 커지고, 먼저 했다고 우기기도 합니다.

하지만 화가 조금 누그러지면 누군가 먼저 말합니다.

"괜찮아. 다시 하면 되지."

그 말을 들을 때마다 아이들이 조금씩 자라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작은 말 한마디가 집안 분위기를 바꿨습니다

예전에는 실수가 생기면 저도 모르게 해결부터 하려고 했습니다.

넘어진 컵을 닦고, 흩어진 장난감을 치우고, 잘못된 일을 바로잡는 것이 먼저였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잠시 멈춰 아이들의 반응을 먼저 지켜보려고 합니다.

서로 도와주고, 함께 치우고, "내가 할게."라는 말이 나오는 모습을 보면 굳이 제가 먼저 나설 일이 점점 줄어들었습니다.

아이들은 누가 시키지 않아도 서로를 살피는 방법을 배우고 있었습니다.

엄마인 저도 함께 배우고 있었습니다

아이들을 키우면서 가르치는 일만 하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돌아보면 제가 아이들에게 배우는 순간도 참 많았습니다.

실수한 사람을 먼저 다독여 주는 마음, 잘못보다 사람을 먼저 바라보는 태도는 오히려 아이들이 제게 보여 준 모습이었습니다.

그날 이후 저도 무언가 잘되지 않을 때면 아이들처럼 스스로에게 말해 봅니다.

"괜찮아. 다시 하면 되지."

신기하게도 그 한마디만으로 마음이 조금 가벼워질 때가 있습니다.

아이들이 자라면서 가장 많이 달라진 말

예전에는 "엄마!" 하고 저를 먼저 찾던 아이들이었습니다.

장난감이 망가져도, 무언가를 쏟아도, 형제끼리 다투어도 가장 먼저 제 이름을 불렀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조금씩 달라졌습니다.

형은 먼저 동생에게 손을 내밀고, 둘째는 형의 얼굴을 먼저 바라봅니다.

둘이 해결할 수 있는 일은 둘이 해결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자연스럽게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예전 같으면 제가 바로 끼어들었을 상황인데, 이제는 조금 떨어져 지켜보는 시간이 더 많아졌습니다.

아이들이 자라는 만큼 엄마도 한 걸음 뒤에서 기다리는 법을 배우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날도 특별한 일은 없었습니다

저녁을 먹고 거실을 정리하던 평범한 날이었습니다.

둘째가 마지막 블록 하나를 상자에 넣으며 형에게 말했습니다.

"형, 고마워."

첫째는 별일 아니라는 듯 웃으며 고개만 끄덕였습니다.

잠시 뒤 둘은 또 다른 놀이를 시작했고, 거실에는 평소처럼 웃음소리가 이어졌습니다.

저는 주방으로 돌아와 설거지를 하다가 문득 거실을 바라봤습니다.

조금 전까지 흩어져 있던 블록은 말끔히 정리되어 있었고, 아이들은 언제 그랬냐는 듯 나란히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습니다.

평범한 저녁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날 저는 아이들이 커 가는 모습을 또 하나 마음속에 담았습니다.

어쩌면 아이들의 성장은 거창한 순간보다 이런 평범한 하루 속에서 가장 조용히 찾아오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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